FOREWORD - GWON O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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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이영주 | 아라리오갤러리 디렉터


《권오상》전시전경 ©아라리오갤러리

권오상은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 ‘더 스컬프처(The Sculpture)’, ‘더 플랫(The Flat)’ 이 세 가지 다른 형식의 시리즈를 꾸준히 연구·개발하면서, 조각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특히 ‘데오도란트 타입’은 스티로폼과 같은 가벼운 재료로 형태를 만든 후 대상의 사진들을 조각의 표면에 붙인 사진조각으로서 평면으로 입체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 그의 가장 유명한 시리즈이다. ‘더 플랫’ 시리즈는 잡지에 게재된 광고 이미지들을 오린 후 바닥에 세우고 이를 다시 촬영해서 한 화면에 집결한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대상을 재현한다는 공통된 과정에서 2차원 평면 사진에서 3차원 조각으로, 또는 다시 3차원 입체가 2차원 평면으로 옮겨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작품은 입체와 평면, 실물과 이미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번 권오상 개인전에서 특이한 점은 조각의 주재료인 사진 이미지들의 원천이 대부분 인터넷 서핑에 의해 서도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전 사진조각 모델에서 보여준 고해상도 사진의 화려한 디테일을 과감히 포기하고, 인터넷에서 찾아낸 다양한 해상도의 이미지들로 대체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을 자세히 보면 이미지를 확대했을 때 픽셀이 깨져서 보이는 현상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진이 조각을 완결하는 미적이고 지시적인 역할에서 미디어의 대상을 현실의 조각으로 옮겨 놓기 위한 하나의 픽셀 역할로 대체된다.
 
인터넷 미디어를 이용한 권오상의 새로운 제작 과정은 현대인들이 어떤 대상을 찾기 위해 가장 빠르고 쉽게 이용하는 “인터넷 검색”과 유사하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검색 결과들은 빠른 답을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눈속임과도 같은 피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는 권오상 작가가 데오도란트가 원래 냄새를 없애고 다른 향기를 내게 하는 일종의 눈속임을 갖는 점에 착안해 그의 사진조각에 ‘데오도란트’라는 이름 붙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인터넷을 떠도는 한 대상에 대한 무수한 이미지들의 조합은 그 대상의 본질 위에 덧입혀진 제3자의 시선을 통한 겉모습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더 플랫’ 시리즈의 신작은 하나의 잡지 안에 있는 모든 이미지를 오려서 하나의 플랫 작품으로 완성한다. 매달 출간되는 잡지에는 무수히 많은 상품들과 이미지들이 있다. 잡지의 이미지들은 독자들에게 상품과 서비스 구매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정제된 것들이다. 이 이미지들을 한데 모은 권오상의 플랫은 그 시대 사람들의 욕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엄선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이미지들은 작가에 의해 보다 낮은 화소의 카메라로 재촬영 되면서 자극적이고 부풀려진 잡지의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은 이미지로 변환된다.
 
‘흉상’, ‘더 플랫’ 연작과 함께 ‘데오도란트 타입’의 이번 신작 3점은 기존에 하나의 인체를 형상화하여 만든 사진조각과는 다르게 다양한 포즈의 인체와 동물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결합되어 구성되었다. 3미터가 넘는 대형 크기와 서로 다른 대상들이 서로 엉킨 하나의 조각은 짜임새 있는 구도 안에서 그 거대한 형태를 드러낸다. 그리스 전통 조각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의 포즈와 구도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이는 현재 미디어 내에 존재하는 현대 의복과 광고의 정형화된 포즈들의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이 대형 조각 속에 등장하는 사자는 작가가 미디어 내에 존재하는 여러 사자의 이미지를 조합해 형상화한 것이다. 이렇듯 권오상은 이제 시공간을 넘어서서 어떠한 대상도 재현할 수 있는 현대 조각의 새로운 방법론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Writings

Criticisms

환영과 실재를 가지고 노는 새로운 방법 – 권오상

2004년 2월 17일,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리얼 리얼리티》전의 오프닝에서 권오상은 모든 ‘90년대적인 것’들을 뒤로한 채 작지만 의미심장한 승리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는, 국제갤러리의 《리얼 리얼리티》전을 통해, 1990년대가 만들어 놓은 당대미술의 지형 위에서 진행되어온 2차 베이비부머 세대 작가들의 모호한 경쟁체재에서 처음으로 상업적 성공의 문을 두드린 작가가 됐기 때문이었다. (2차 베이비부머는 1970년대 초․중반 태생들을 말한다. 한국의 전후 출산통계의 그래프는 쌍봉낙타의 등처럼 두 개의 나란한 봉우리를 그린다. 1차 베이비부머들은 196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들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386 세대의 주축이 바로 그들이다. 1971년 즈음에는 인구 증가가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1970년대 중반에 이르면 인구가 폭증한다. 그때 태어난 이들이 2차 베이비부머들로, 바로 대중소비문화를 이끈 서태지 세대가 그들이다.) 《리얼 리얼리티》전은 국내의 상업화랑 시스템이 30대 초반의 젊은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내세운 첫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리얼 리얼리티》전은 형식적으로는 배병우(1950년생), 권오상(1974년생), 이윤진(1972년생), 이중근(1972년생)의 4인전이었으나, 실제로는 권오상, 이윤진, 이중근의 3인전이었다.) 게다가 전시오픈 이후 바로 준비한 에디션의 다수가 판매됨으로써 “한국에도 젊은 내국인 작가들의 작업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렇다면 새로운 틈새시장이 개척된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얼마 뒤인 2005년 2월, 권오상은 씨 킴(김창일) 회장이 이끄는 아라리오 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발탁되어 세간의 이목을 한데 모았고, 곧 1년간의 휴지기에 돌입했다. (2006년 현재 아라리오 갤러리의 한국인 전속작가는 권오상, 구동희, 이형구, 정수진, 백현진, 박세진, 이동욱, 전준호의 총 8명이고, 중국인 전속작가는 보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왕광이, 위에 민준, 장 샤오강, 류 지엔화, 수 지엔 구어, 팡리준, 쩡하오의 총 7명이다.)

2006.12.20